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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평신도 주일(김병구 사목회장님 강론)

  

평신도의 날

 

찬미예수님!

 

오늘은 제가 사목회장으로 저희 본당에서 겪어 본 작은 기적들에 대해 함께 묵상해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 자매님이 저에게 말씀하시길, ‘다솜의 어머니성모상을 보면 볼수록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라 하시면서, 타 본당의 석고로 찍어 만든 성모상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극찬을 하셨어요. 서양적인 성모상 얼굴보다 서산의 백제 마애석불 미소가 더 친근감이 가는 이유이겠지요. 우리 성당에 어떻게 이런 보물이 생겼는지 사연은 이렇습니다.

 

30년 전 40여 가구가 모여 도룡동 성당을 시작하던 시절에, 10년 걸려 빚 안지고 이 성당을 지었지요. 봉급쟁이 젊은 연구원들이 머리를 짜내어 바자회, 음악회 등 전국으로 건축모금하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성당 짓기도 벅찼으니 건물 입구에 멋진 성모님 조각상을 모시고는 싶었지만 꿈만 야무지고 속수무책이던 때의 일입니다. 그러던 중 부산에서 전혀 모르던 한 자매님의 소원 성취와 저희 소원이 연결되었어요. 그때 글라라 자매님이 걸려 있던 민사소송 재판에서 승소를 하게 되면 크게 좋은 일을 하겠노라 주님께 하신 약속이 바로 저희 성모자상과 주보 성인상 제작 기금으로 전액, 거금을 기부하시게 되었습니다. 작은 기적이 일어난 셈이지요. 당시 최고의 조각가, 서울 영원한 수녀회 최봉자 레지나 수녀님을 수소문해 작품을 주문하니 금액에 관계없이 무조건 기도만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하셨어요. 말씀대로 저희는 미사 때마다 아름다운 성모상 제작을 위해 열심히 기도를 바쳤드랬습니다. 이 성모자상은 순수한 우리말로 따스함이라는 뜻의 다솜의 어머니라 명명되었고 이제는 우리본당의 대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기도하실 때 그분의 따스한 미소로 마음의 평화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 작은 기적은 바로 2주전 멕시코 벽지마을 뽀또이찬에서 오신 한국 수녀님 세분의 진솔하신 말씀에 감동받아 우리 모두 놀랄만한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단 이틀 만에 유사이래 최대 규모의 2차 헌금과 신립약정 성금이 모아지면서, 5천만원이 넘는 거액이, 주님 앞에 가진 것을 솔선 나누는 모습으로 도룡동 본당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지요. 30년 전 生面不知의 자매님으로부터 작은 기적으로 도움을 받던 도룡동에서, 이제는 어느덧 듣도 보도 못한 이국땅 수녀님 성당에 도움을 보내는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이루는, 즉 도움을 받는 본당에서 주는 본당이 되었지요. 참으로 隔世之感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도룡동 신앙공동체만의 고유한 멋과 맛은 무엇일까요? 번잡한 상가·대로변에서 벗어나 조용한 주택지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대성전을 지하에 부채꼴 모양으로 펼친 점, 그 위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옥상 운동장도 기본설계의 특징이라 하겠지요. 최근에는 성모동산 자리에 근린 어린이 공원까지 완성되어 기도하기 좋은 산책코스가 생겼습니다. 거기에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작은 손길들이 남다릅니다. 미사 분위기를 더해주는 성가대의 음악봉사, 전례팀, 그리고 헌화회의 멋진 꽃꽂이, 레지오 단원들의 이웃 돕기 봉사, 고르메 주방장과 여성분과의 봉사활동, 그 외에도 차 봉사, 차량 봉사, 사진 봉사, 등등 고운 손길들이 모여 우리 본당을 연구단지내의 가고 싶은, 기다려지는 만남의 장소로 만들고 있습니다. 바쁜 중에도 각자 자기 시간과 노력을 쪼개어 솔선하시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활력소를 키우고 신바람 나는 모습으로 신앙공동체 생활의 진수를 맛보시는 듯합니다. 주일마사 한번만 나오고 소속활동이 없는 신자 분들은 맛보실 수 없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참 보기 좋습니다. 우리 주변의 일상생활 중에 아주 작은 기적을 만드시는 분들의 모습이지요.

 

불과 150년 전 우리의 신앙선조들은 하나뿐인 목숨을 바쳐가며 순교한 사실이 우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로만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 도룡동은 성 정하상 바오로를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서울 서소문공원에 세워진 그분의 경당과 전시관을 보고 새삼 느낀 바가 많으실 줄 압니다. 얼마 전 솔뫼 교회사연구소 김성태 신부님의 특강으로 들려주신 하상 바오로 성인의 초대교회 시절 엄청난 역할이 우리의 신심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도룡동 본당, 작은 기적의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신앙공동체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아멘

 

2019. 11. 10. 

김병구 대건안드레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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